드라마 킹덤 모티브, 조선인구의 20%가 증발한 경신대기근 사건

드라마 킹덤을 보신적 있으신가요? 좀비만 안나왔을 뿐,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잔혹했습니다. 조선 역사상 가장 슬프고 무서운 사건을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조선 경신대기근: 좀비보다 무서운 ‘배고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보면 굶주린 백성들이 인육을 먹고 좀비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많은 사람이 이를 작가의 상상력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 설정은 1670년(경술년)과 1671년(신해년), 조선 땅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지옥도인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단 2년 만에 당시 조선 인구의 약 10~20%인 100만 명이 증발했다. 임진왜란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던 그해, 조선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신대기근의 시작: 여름에 눈이 내리다

재앙의 시작은 기상이변이었다. 17세기 전 세계를 강타한 ‘소빙기(Little Ice Age)’의 영향으로 조선의 날씨가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종실록>의 기록은 기가 막힌다.

  • 1월: 한양에 붉은 눈(적설)이 내렸다.
  • 3월: 봄인데 눈이 오고 얼음이 얼었다.
  • 5월: 우박이 떨어져 사람이 맞아 죽고 꿩들이 몰살당했다.
  • 6월: 한여름에 눈보라가 쳤다.

농사는 완전히 망했다. 모내기는커녕 심어놓은 씨앗조차 냉해로 다 죽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뭄, 홍수, 태풍, 그리고 전염병(장티푸스)까지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그야말로 ‘자연이 작정하고 조선을 죽이려 드는’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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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근: 소나무 껍질에서 흙까지 먹다

가을이 되자 비축해 둔 식량이 바닥났다. 백성들은 살기 위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토리와 나무뿌리를 먹었다. 그다음에는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었다. (너무 많이 벗겨서 전국의 산이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그것마저 없어지자 ‘관음토’라고 불리는 부드러운 진흙을 물에 타서 마셨다. 흙이 배 속에 들어가 굳으면서 사람들은 항문이 막혀 배가 터져 죽어갔다.

길거리에는 굶어 죽은 시체(아사자)가 산을 이루었고, 그 시체를 묻어줄 사람조차 없어 까마귀 떼와 들개들이 시신을 뜯어먹었다.

금기가 깨지다: “사람이 사람을 먹다”

극한의 굶주림은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너뜨렸다. <현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식인(食人)’ 기록들이 등장한다.

  • “충청도 깊은 산골에서 한 어미가 어린 자식 둘을 삶아 먹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현종 12년)
  • “어떤 사람이 굶주림을 참다못해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 먹었다.”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남편이 아내를 버리는 것은 예사였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을지 모른다는 공포. 조선 팔도 전체가 거대한 생존 서바이벌 현장이었다. 왕인 현종조차 “내가 덕이 없어 하늘이 벌을 내린다”며 수라상을 물리고 통곡했지만, 하늘은 응답하지 않았다.




시체로 길을 메우다

1671년이 되자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서울(한양)로 몰려든 유랑민들이 떼죽음을 당해 시구문(시체가 나가는 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공식 집계된 아사자만 수만 명이었고, 굶주림에 전염병까지 돌아 죽은 사람은 최소 60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당시 조선 인구가 1,000만 명 내외였으니, 국민 10명 중 1~2명이 2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이는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때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총칼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배고픔’임을 증명한 역사적 비극이다.

결론: 지옥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조상들

경신대기근은 조선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신분 질서가 무너졌고, 백성들은 왕과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런 지옥 속에서도 조선은 멸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서로 돕고, 콩 한 쪽이라도 나누며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지금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은, 그때 자식을 삶아 먹는 지옥도 속에서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조상들의 처절한 생존 본능 덕분일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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