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셀레스트호의 유령: 완벽하게 보존된 유령선과 증발한 10명

메리 셀레스트호의 유령 이야기, 식탁은 차려져 있는데 사람만 사라졌다?




메리 셀레스트호의 유령 이야기: 대서양 한가운데의 유령

1872년 12월 4일, 대서양 한복판. 미국 뉴욕을 떠나 이탈리아 제노바로 향하던 화물선 ‘데이 그라시아(Dei Gratia)호’의 선원들은 이상한 배 한 척을 발견했다.

약 8km 전방에서 비틀거리며 항해하는 배. 돛은 엉성하게 펼쳐져 있었고, 키를 잡은 조타수도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신호를 보냈지만 응답은 없었다.

불길함을 느낀 데이 그라시아호의 선장은 선원들을 그 배로 보냈다. 배의 이름은 ‘메리 셀레스트(Mary Celeste)’. 갑판에 올라선 선원들을 맞이한 것은 소름 끼치는 적막뿐이었다.

배는 물 위에 완벽하게 떠 있었고, 항해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배 안에 있어야 할 선장, 그의 아내와 2살 된 딸, 그리고 7명의 선원까지 총 10명의 사람은 감쪽같이 증발해 있었다.

발견 당시의 기이한 풍경

흔히 이 사건을 다룰 때 “방금 끓인 커피가 김을 내뿜고 있었다”거나 “먹다 남은 따뜻한 식사가 있었다”는 식의 괴담이 전해지지만, 이는 코난 도일의 소설 내용이 와전된 것이다. 팩트에 기반한 실제 발견 상황은 더 미스터리했다.

완벽한 상태의 배는 가라앉을 기미가 전혀 없었다. 펌프 시설도 정상이었고, 선체 파손도 없었다. 식량과 물은 무려 6개월 치나 남아 있었다.

남겨진 보물들도 많았는데, 선원들의 개인 소지품, 담배 파이프, 심지어 선장실의 귀중품과 돈통도 그대로 있었다. (해적의 소행은 아니라는 뜻이다.)

유일하게 사라진 것은 구명정 한 척, 항해 일지(마지막 기록은 발견 9일 전), 그리고 육분의와 크로노미터 같은 항해 도구였다.

끊어진 밧줄도 있었다. 배 뒤쪽에는 굵은 밧줄 하나가 물속으로 늘어져 있었는데, 누군가 급하게 끊어낸 흔적이 있었다.

종합해보면, 그들은 ‘아주 급박하게, 하지만 질서 정연하게’ 멀쩡한 배를 버리고 구명정으로 갈아타 탈출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도대체 왜? 대서양 한복판에서, 안전한 대형 선박을 버리고 조그만 쪽배에 몸을 싣는 자살행위를 선택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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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1: 해적 혹은 보험 사기? (범죄설)

초기에는 발견자인 ‘데이 그라시아호’의 선원들이 의심을 받았다. 그들이 메리 셀레스트호의 선원들을 살해하고 배를 인양해 보상금을 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 안에는 싸운 흔적이나 혈흔이 전혀 없었다.

보험금을 노린 선장 브릭스의 자작극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브릭스 선장은 평판이 매우 좋았고 배에 가족(아내와 어린 딸)까지 태우고 있었다. 굳이 가족의 목숨을 건 사기극을 벌일 이유는 없었다.

가설 2: 바다괴물 혹은 집단 광기? (초자연설)

사람들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자 온갖 상상력이 동원되었다.

거대 오징어(크라켄)가 선원들을 낚아채 갔다. 선원들이 곰팡이가 핀 빵을 먹고 환각(맥각 중독)에 빠져 바다로 뛰어들었다. 외계인 납치설까지 등장했다. 이런 자극적인 가설들은 대중의 흥미를 끌었지만,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가장 유력한 가설: 알코올 폭발 공포설

현대 과학수사 기법으로 재조명된 가장 유력한 가설은 ‘화물(알코올)’에 있다.

메리 셀레스트호는 공업용 알코올 1,701통을 싣고 있었다. 발견 당시 9개의 통이 비어 있었다. 참나무로 만든 통은 기온 변화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이때 알코올이 새어 나와 선창 가득 유증기(가스)가 찼을 가능성이 높다.

[재구성한 그날의 상황]

  1. 항해 중 선창 뚜껑을 열었을 때, 새어 나온 알코올 가스가 훅 끼쳐 나왔거나 작은 폭발(혹은 불꽃)이 일어났다.
  2. 화물 전체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 선장은 “즉시 배를 버려라!”라고 명령했다.
  3. 모두가 구명정으로 옮겨 타고, 밧줄로 본선(메리 셀레스트호)과 구명정을 연결해 뒤따라갔다. (가스가 빠지면 다시 타기 위해)
  4. 하지만 거친 파도나 바람에 의해 연결해 둔 밧줄이 끊어졌다.
  5. 사람이 타지 않은 메리 셀레스트호는 바람을 타고 빠르게 멀어져 갔고, 노를 저어 쫓아갈 수 없었던 구명정의 사람들은 망망대해에 고립되어 굶어 죽거나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다.
  6. 이 가설은 “배는 멀쩡한데 사람만 급하게 탈출한 상황”과 “끊어진 밧줄”, “빈 알코올 통”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시나리오다.




결론: 바다는 비밀을 뱉지 않는다

메리 셀레스트호는 이후 12년간 주인이 17번이나 바뀌며 “저주받은 배” 취급을 받다가, 결국 아이티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며 생을 마감했다.

사라진 10명의 사람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이 탔던 구명정 조각조차 해안으로 밀려오지 않았다.

그날 2살배기 딸 소피아는 엄마 품에 안겨 멀어지는 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완벽하게 보존된 채 바다를 떠돌던 메리 셀레스트호는 인간이 대자연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공포심이 어떻게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켜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증거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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