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키테라 기계, 고대인들이 만든 노트북?

안티키테라 기계: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떻게 ‘노트북’ 수준의 기계를 만들었나?




안티키테라, 시간을 잘못 찾아온 유물

1901년, 그리스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 해면(스펀지)을 채취하던 잠수부들이 고대 로마 시대의 난파선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대리석 조각상, 도자기 같은 보물들이 가득했다.

그중에서 잠수부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녹이 잔뜩 슨 ‘청동 덩어리’였다. 처음에는 그저 부서진 조각상 파편이나 돌덩이인 줄 알고 박물관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하지만 2년 뒤, 녹이 떨어져 나간 틈새로 박물관 직원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목격했다. 그 안에는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Gear)’가 들어 있었다.

이것이 발견된 배는 기원전 1~2세기에 침몰했다. 그 당시 인류에게는 톱니바퀴 수십 개를 겹쳐서 기계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 아니, 없어야 했다. 이 정도의 기술은 그로부터 1,000년도 더 지난 14세기 유럽의 시계탑에서나 처음 등장하기 때문이다.

역사책을 다시 쓰게 만든 오파츠, 안티키테라 기계(Antikythera Mechanism)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엑스레이가 밝혀낸 충격적인 내부

오랫동안 이 기계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겉면이 부식되어 분해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과학 기술(3D X-ray CT 촬영)이 도입되면서 그 내부 구조가 낱낱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경악했다.

  • 30개 이상의 기어: 청동으로 만든 톱니바퀴 30여 개가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였다.
  • 차동 기어: 자동차 변속기에나 쓰이는 고난도 기술인 ‘차동 기어’ 원리가 적용되어 있었다.
  • 소형화: 이 모든 장치가 신발 상자만 한 나무 케이스 안에 완벽하게 수납되어 있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아날로그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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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키테타 기계,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연구 결과, 이 기계의 용도는 ‘천문 계산기’였다. 측면에 달린 손잡이(크랭크)를 돌리면, 앞면과 뒷면의 다이얼이 돌아가며 다음과 같은 정보를 보여주었다.

  1. 태양과 달의 위치: 1년 365일 중 현재 태양과 달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표시했다.
  2. 일식과 월식 예측: 놀랍게도 달의 궤도가 타원형이라 속도가 변하는 것까지 계산하여, 수십 년 뒤의 일식과 월식 날짜와 시간까지 예측했다.
  3. 행성 추적: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당시 알려진 5개 행성의 움직임까지 계산했다.
  4. 올림픽 주기: 4년마다 열리는 고대 올림픽의 날짜까지 알려주는 알람 기능도 있었다.

즉, 이 기계는 달력이자, 시계이자, 천문학 교과서이자, 고대인의 스마트폰이었다.

누가 만들었는가? (아르키메데스 vs 외계인)

가장 큰 의문은 “누가 만들었느냐”다. 이런 기술은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지 않는다. 수백 년에 걸친 기술 축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티키테라 기계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기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술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가설 1: 아르키메데스 고대 그리스 최고의 천재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설계했다는 설

이 가장 유력하다. 로마 장군 키케로의 기록에 “아르키메데스가 만든 천체 모형을 보았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가설 2: 잃어버린 기술 우리가 모르는 고대 그리스의 기술력

기술력은 상상 이상이었으나, 로마 제국의 침략과 도서관 화재 등으로 기술이 유실되어 ‘암흑기(Dark Age)’가 찾아왔다는 설이다.

가설 3: 외계 문명설

일부 음모론자들은 “청동기 시대에 이런 정밀한 기어를 깎는 건 불가능하다”며 외계인의 기술 전수를 주장한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도 이 기계를 소재로 다뤘다.




만약 이 기술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역사학자들은 탄식한다. “만약 이 기계의 기술이 끊기지 않고 전수되었다면, 인류는 산업혁명을 1,000년 일찍 맞이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리는 지금쯤 화성에 도시를 짓고, 은하계를 여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인류가 잃어버린 1,000년의 시간을 보여주는 증거다.

지금 박물관 유리관 속에 잠든 저 녹슨 톱니바퀴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너희는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다 알아내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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