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라 박물관에서 6,000억원이 털렸다, 최대의 미술품 도난 사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도난 사건: 역사상 가장 비싼 81분




이사벨라 박물관 사건의 시작, 성 패트릭 데이의 불청객

1990년 3월 18일 새벽 1시 24분, 미국 보스턴. 축제인 ‘성 패트릭 데이’의 열기가 가라앉고 도시가 잠든 시간,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의 쪽문 앞에 경찰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관이 벨을 눌렀다. “경찰입니다. 마당에서 소란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당시 박물관 야간 경비원은 20대의 아르바이트생 리처드 어바스였다. 규정상 야간에는 문을 열어주면 안 되지만, 그는 상대가 ‘경찰’이었기에 의심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경찰관 중 한 명이 어바스에게 명령했다. “당신 얼굴이 낯이 익은데?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 같군. 벽 보고 서서 신분증 꺼내.”

어바스가 당황하며 벽을 보고 서자, 그들은 순식간에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건 강도다. 시키는 대로 하면 다치진 않을 거야.”

역사상 최대 규모, 5억 달러(약 6,500억 원)짜리 미술품 도난 사건은 이렇게 허무하게 시작되었다.

81분간의 여유로운 쇼핑

보통 미술관 털이범들은 경보가 울리기 전 3~5분 안에 물건을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경비원 두 명을 지하실 배관 파이프에 청테이프로 꽁꽁 묶어놓은 뒤, 무려 81분 동안 박물관을 제 집처럼 활보했다.

그들의 행동은 대담하고 거칠었다. 섬세하게 액자를 해체하는 대신, 커터 칼로 캔버스 가장자리를 무참히 도려내어 그림만 돌돌 말아 챙겼다.

그들이 훔친 작품은 총 13점. 그 목록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콘서트>: 전 세계에 단 34점(또는 36점)밖에 없는 베르메르의 작품 중 하나. 이 그림 하나만 약 2억 5천만 달러(3,0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 렘브란트의 <갈릴래아 호수의 폭풍>: 렘브란트가 남긴 유일한 바다 풍경화.
  • 에두아르 마네의 <쉐 뚜르띠니>.
  • 드가, 고블랭 등 거장들의 스케치와 작품들.

새벽 2시 45분, 그들은 유유히 박물관을 떠났다. 지하실에 묶인 경비원들은 아침 교대 근무자가 올 때까지 7시간 동안 공포에 떨며 갇혀 있어야 했다.

이상한 점: 왜 ‘이것’만 훔쳤나?

전문가들은 범인들의 행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을 발견했다.

가장 비싼 그림은 두고 갔다. 박물관 1층에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의 작품들이 있었다. 특히 티치아노의 <유로파>는 박물관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 하나였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미술품에 무지한 초보 강도였을까?)

가치 없는 물건도 훔쳤다: 13점 중에는 가치가 거의 없는 나폴레옹 시대의 깃발 장식(독수리 모양)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이 깃발을 떼어내려고 꽤 오랜 시간을 끙끙거렸다.

게다가 동선도 이상했는데, 그들의 동선은 적외선 센서에 기록되었는데, 여기저기 헤매지 않고 특정 방으로 직행했다.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자들의 소행일까?

FBI는 이들이 “특정 주문을 받고 훔친 청부업자”이거나, “감옥에 있는 보스의 형량 협상용 카드로 쓰기 위해 훔친 마피아 조직원”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력한 용의자들: 보스턴 마피아

수사는 자연스럽게 보스턴의 악명 높은 범죄 조직들로 향했다. 용의자는 크게 3명이었는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1. 용의자 1: 바비 도나티: 마피아 조직원으로, 과거에 “예술품을 훔쳐서 감옥에 있는 친구를 빼내는 협상 카드로 쓰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는 사건 1년 뒤 의문의 피살을 당했다.
  2. 용의자 2: 데이비드 터너: 도나티의 부하. 사건 당시 그의 알리바이가 불분명했고, 몽타주와 생김새가 비슷했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3. 용의자 3: 로버트 젠틸: 코네티컷의 늙은 갱스터. FBI는 그의 집 뒷마당을 굴착기까지 동원해 파헤쳤지만, 발견된 것은 빈 액자 목록이 적힌 종이뿐이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뗐다.

수많은 제보와 마피아 내부 고발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그림’은 단 한 점도 나오지 않았다. 훔친 그림들은 너무 유명해서 암시장에 내다 팔 수도 없었다. 그림들은 어디 지하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거나, 누군가의 비밀 방에 걸려 있을 것이다.

1,000만 달러의 현상금과 빈 액자

박물관 설립자인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는 유언장에 “박물관의 모든 배치는 내가 해놓은 그대로 영구히 보존해야 하며, 그 무엇도 바꾸거나 이동해선 안 된다”라는 조항을 남겼다.

이 유언 때문에 박물관 측은 도난당한 그림의 자리에 다른 그림을 채워 넣지 않았다. 대신, 도둑들이 칼로 도려내고 남겨둔 ‘빈 액자’를 그대로 벽에 걸어두었다.

지금도 박물관을 방문하면 텅 빈 액자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것은 잃어버린 걸작에 대한 애도이자, 언젠가 그림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상징이다.

현재 박물관은 그림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제보를 한 사람에게 1,000만 달러(약 130억 원)의 현상금을 걸어놓았다. 질문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30년이 넘도록 연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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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돌아오지 않는 베르메르

도난당한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그날 밤의 도둑들일 것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이 어두운 가방 속에 구겨져 사라졌다는 사실은 전 세계 예술 애호가들에게 뼈아픈 상실감을 준다.

만약 당신이 어느 날 낡은 창고를 정리하다가 돌돌 말린 캔버스 뭉치를 발견한다면 자세히 살펴보라. 그것이 1,000만 달러짜리 로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 그림에는 ‘저주’가 붙어있는지, 관련된 마피아들은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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