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 킬러, 암호문 뒤에 숨은 살인마

조디악 킬러, 암호문 뒤에 숨은 살인마




조디악 킬러, “여기는 조디악, 말한다.”

1969년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3개 신문사 앞으로 동일한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 봉투에는 발신인의 이름 대신, 조준경 모양의 기이한 십자 원형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나는 10대 소년 소녀들을 죽인 범인이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의 디테일을 나열하며 자신이 진범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 암호문 한 장을 동봉하며 섬뜩한 협박을 덧붙였다.

“이 암호 속에 내 정체가 들어 있다. 신문 1면에 이 암호를 싣지 않으면, 나는 오늘 밤부터 주말 내내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자신을 ‘조디악(Zodiac)’이라 칭한 이 괴물은, 이렇게 세상과의 위험한 게임을 시작했다.

호숫가의 처형자 (베리에사 호수 사건)

조디악 킬러가 저지른 범행 중 가장 공포스러운 사건은 1969년 9월 27일, 베리에사 호수에서 일어났다.

피크닉을 즐기던 젊은 커플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마치 중세 시대 사형 집행인처럼 검은 두건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가슴에는 흰색으로 조디악의 상징인 십자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총으로 위협해 커플을 묶은 뒤, 칼로 잔혹하게 난자했다. 범행 직후 그는 911에 전화를 걸어 “내가 죽였다”고 태연하게 신고했다. 심지어 피해자의 차 문에 자신이 범행한 날짜와 시각을 매직으로 기록해 놓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살아남은 남성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빌리스카 도끼 살인사건

악마의 퍼즐: 340 암호문의 해독

조디악은 수년 동안 경찰과 언론에 수많은 편지와 암호문을 보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Z340’이라 불리는 340글자의 암호문이었다.

FBI와 CIA,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암호학자들이 매달렸지만, 이 암호는 무려 51년 동안 풀리지 않았다. 조디악이 잡히지 않은 이유 중 하나도 이 암호 속에 숨겨진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20년 12월, 놀라운 뉴스가 터졌다. 미국, 벨기에, 호주의 민간 암호 해독가 3명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마침내 이 암호를 풀어낸 것이다.

해독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를 잡으려고 애쓰느라 수고가 많군… 나는 가스실에 들어가는 게 두렵지 않아. 왜냐하면 그건 나를 천국으로 더 빨리 보내줄 테니까. 나는 나를 위해 일할 노예들을 충분히 모았어…”

모두가 기대했던 ‘범인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고 경찰을 조롱하는, 광기 어린 망상만이 가득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 아서 리 앨런

수십 년간 2,500명이 넘는 용의자가 조사받았지만, 정황상 가장 유력했던 인물은 ‘아서 리 앨런’이었다. 그 근거로는 4가지 정도가 있었다.

  1. 조디악 시계: 그는 범인이 사용한 심볼과 똑같은 로고를 쓰는 ‘조디악’ 브랜드의 시계를 차고 다녔다.
  2. 군화 자국: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군화 발자국(윙 워커)과 동일한 사이즈, 동일한 브랜드의 신발을 가지고 있었다.
  3. 지인 증언: 그는 지인들에게 “나는 조디악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경찰을 골탕 먹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4. 성향: 소아성애자였으며, 다람쥐를 잡아 냉동실에 보관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과 그의 지문이 일치하지 않았고, 편지의 필적도 달랐다. (일각에서는 그가 양손잡이였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편지를 썼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앨런은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진실은 그와 함께 묻혔다.

왜 그는 멈췄을까?

조디악의 공식적인 마지막 편지는 1974년에 도착했다. 그 이후 거짓말처럼 편지도, 살인도 멈췄다. (물론 모방 범죄나 밝혀지지 않은 여죄가 있을 수 있다.)

그는 죽었을까? 아니면 감옥에 갔을까? 그것도 아니면 평범한 이웃집 할아버지로 위장해 자신의 범죄 기록이 적힌 책을 읽으며 여생을 보냈을까?

2021년에는 ‘케이스 브레이커스’라는 민간 수사팀이 ‘게리 프랜시스 포스트’라는 남자가 진범이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증거(이마의 흉터 등)를 제시했지만, FBI는 여전히 이 사건을 “진행 중인 수사(Open Case)”로 분류하고 있다.

미스터리 사건이 궁금하다면?

결론: 대중문화가 사랑한 살인마

조디악 킬러는 현대 범죄 스릴러 장르의 원형이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속 범인도 조디악과 많이 닮아 있고, 영화 <더 배트맨>의 리들러 역시 조디악을 모티브로 했다.

그가 남긴 것은 5명의 확인된 사망자(본인은 37명이라 주장)와 해독된 암호문, 그리고 영원히 풀리지 않을 공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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