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맘 슈드 사건 정리: 암호문, 스파이, 그리고 칼 웹(Carl Webb)

타맘 슈드 사건 정리: 암호문, 스파이, 그리고 칼 웹(Carl Webb)

타맘 슈드 사건의 시작, 해변에 누운 신사

1948년 12월 1일 아침, 호주 애들레이드의 썸머튼(Somerton) 해변.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방파제 근처 모래사장 위에 누워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마치 잠든 것처럼 편안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누워 있었다. 가장 기이한 것은 그의 차림새였다. 한여름이 시작되는 호주의 12월 날씨에 더블브레스트 코트와 스웨터까지 껴입은 정장 차림이었고 구두는 광이 날 정도로 깨끗했다.

신분증도, 지갑도 없었다. 입고 있는 모든 옷의 상표(라벨)가 가위로 정교하게 잘려 제거되어 있었다.

경찰은 신원을 확인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문은 어떤 데이터베이스에도 없었고, 치과 기록도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깨끗하게 지워진 남자. 언론은 그를 ‘썸머튼 맨(The Somerton Man)’이라 불렀다.

그리고 몇 달 뒤, 그의 바지 속 비밀 주머니(fob pocket)에서 꼬깃꼬깃하게 접힌 작은 종이 조각 하나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Tamam Shud” (타맘 슈드)
종이에는 페르시아어로 단 두 단어가 인쇄되어 있었다.

이는 11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Rubaiyat)>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적히는 문구로, “끝났다” 혹은 “종결되었다”라는 뜻이다.

경찰은 전국의 도서관과 서점을 뒤져 이 종이가 찢겨 나간 원본 책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한 남자가 경찰서에 나타났다. 사건 발생 즈음, 자신의 차 뒷좌석에 누군가 이 시집을 던져 놓고 갔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확인해보니, 정확히 ‘Tamam Shud’ 부분만 찢겨 나가 있었다. 썸머튼 맨의 주머니에 있던 그 조각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책 속에 숨겨진 암호와 전화번호

발견된 책의 뒷면에는 연필로 희미하게 적힌 알 수 없는 문자열이 있었다.

WRGOABABD MLIAOI WTBIMPANETP…

암호 해독가들과 국방부까지 나섰지만, 이 문자의 의미는 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이 암호는 난공불락으로 남아 있다.)

더 중요한 단서는 암호 옆에 아주 작게 적힌 전화번호였다. 경찰이 추적한 결과, 그 번호의 주인은 사건 현장인 썸머튼 해변 근처에 사는 ‘제스틴(Jestyn)’이라는 가명의 간호사였다.

그녀는 그를 알고 있었나?

경찰은 즉시 제스틴을 찾아가 썸머튼 맨의 데스마스크(시신의 얼굴 본)를 보여주었다. 그 순간, 그녀는 거의 기절할 뻔하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눈을 피했다. 그녀는 그를 모른다고 부정했지만, 그녀의 반응은 명백히 ‘아는 사람’을 봤을 때의 충격이었다.

그녀는 과거에 <루바이야트> 책을 지인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고만 진술하고 입을 다물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에게 ‘로빈’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로빈은 썸머튼 맨처럼 선천적으로 귀 근육이 발달하지 않았고(귀가 독특한 모양), 치아 구조(견치가 없음)도 희귀한 유전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추측했다. “썸머튼 맨은 소련의 스파이였고, 제스틴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았으나 조직에 제거당한 것이 아닐까?” “라벨을 모두 떼어낸 것은 스파이들의 흔한 행동 수칙이다.”

하지만 제스틴이 끝까지 침묵하고 2007년에 사망하면서 진실은 묻히는 듯했다.

74년 만의 반전: DNA가 밝혀낸 이름

2022년 7월,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의 데릭 애보트(Derek Abbott) 교수 팀이 마침내 썸머튼 맨의 머리카락에서 DNA를 추출해 족보를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진짜 이름은 ‘칼 웹(Carl Webb)’. 1905년에 태어난 멜버른 출신의 전기 기술자(Electrical Engineer)였다.

  1. 그는 스파이였을까? 조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2. 스파이? 증거 없음. 그는 도박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 평범한 기술자였다.
  3. 왜 애들레이드에 왔나? 그는 아내 ‘도로시’와 이혼 소송 중이었고,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또는 도망치기 위해) 애들레이드로 왔을 가능성이 높다.
  4. 제스틴과의 관계? 이것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칼 웹이 제스틴과 어떤 관계였는지, 왜 그녀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DNA로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라진 소더가 아이들
허공으로 사라진 완전범죄

여전히 남은 의문들 (결론)

신원은 밝혀졌지만, ‘죽음의 원인’은 여전히 미제다. 부검 당시 그의 위장에서는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비장과 간이 비대해져 있었고, 다리에 쥐약 중독과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디기탈리스’ 같은,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어 검출되지 않는 특수 독극물에 의한 타살 가능성을 높게 본다.

  1. 왜 그는 옷의 라벨을 모두 잘라냈을까? (단순히 가족과 연을 끊고 싶어서?)
  2. 그 암호문은 도대체 무슨 뜻이었을까? (경마 도박 베팅 내역이라는 설도 있다.)
  3. ‘Tamam Shud(끝났다)’라는 쪽지는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였을까?

1948년의 그날, 칼 웹은 차가운 해변에 누워 <루바이야트>의 시구처럼 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종결’지은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종결’당한 것일까?

이름은 찾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타맘 슈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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