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의 경조 독살설 이야기를 팩트기반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간장게장과 생감이 있는 수라상으로 형을 죽였는지, 그 이야기를 살펴보시죠.
경조의 독살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밥반찬, 간장게장. 우리는 흔히 게장을 ‘밥도둑’이라 부른다. 하지만 조선 역사에서 이 간장게장은 밥이 아니라, 한 나라 왕의 목숨을 훔쳐 간 ‘흉기’로 기록되어 있다.
피해자는 조선 제20대 왕 경종. 용의자는 그의 이복동생이자 다음 왕이 된 영조(연잉군).
병석에 누운 형을 위해 동생이 정성스럽게 올린 수라상. 그 메뉴는 ‘게장’과 ‘생감’이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이 두 음식은 상극(相剋) 중의 상극이었다. 과연 영조는 형의 입맛을 돋우려 했던 착한 동생이었을까, 아니면 음식 궁합을 이용해 흔적 없는 살인을 저지른 지능적인 암살자였을까?

경조의 수라상, 1724년 8월
숙종의 아들이자 장희빈의 소생인 경종은 어릴 때부터 병약했다. 재위 4년 만에 병세가 악화되어 자리에 눕게 되었고, 당시 왕세제(후계자)였던 연잉군(훗날 영조)이 병간호를 도맡았다.
어느 날, 연잉군은 입맛을 잃은 형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올렸다. 바로 신선한 게장과 붉은 생감이었다.
경종은 오랜만에 입맛이 돌아 밥을 아주 맛있게 비웠다. 하지만 그날 밤부터 경종은 극심한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며 쓰러졌다.
한의학, 특히 <본초강목>에서는 “게와 감을 함께 먹으면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고 심하면 죽음에 이른다”고 경고한다. 게는 찬 성질이고 감에는 타닌 성분이 있어, 같이 먹으면 소화 불량과 식중독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왕실의 수라간과 어의들이 이 기초적인 상식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이 음식이 왕에게 올라갔다.
의원들의 반대, 그리고 인삼차
상태가 위독해지자 어의들은 처방을 서둘렀다. 그런데 이때 연잉군(영조)이 또다시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다. 복통으로 고생하는 형에게 ‘인삼차’를 올리라고 명한 것이다.
어의 이공윤은 펄쩍 뛰며 말렸다. “지금 전하의 증세에 인삼을 쓰면 기가 막혀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연잉군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내가 의술을 좀 아는데, 인삼을 써야 기운을 차린다.”
결국 동생의 강요로 인삼차를 마신 경종은, 눈동자가 풀리고 혀가 말려들어가더니 그날 새벽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게장을 먹은 지 5일 만의 일이었다.
영조 “형을 죽이고 왕이 된 자”
경종이 죽고 영조가 즉위하자마자 조선 팔도는 흉흉한 소문에 휩싸였다. “주상(영조)이 게장과 인삼으로 형을 독살했다.”
이 소문은 단순한 뒷담화로 끝나지 않았다. 영조 4년(1728년), 소론 강경파가 주도한 ‘이인좌의 난’이 일어났다. 반란군은 전국에 “경종의 원수를 갚자”는 격문을 붙였다.
영조는 재위 기간 52년 내내 이 ‘게장 독살설’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신하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변명하기도 했다. “나는 형님의 입맛을 돋우려 했을 뿐이다. 내가 어찌 딴마음을 품었겠느냐.”
심지어 영조는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귀를 씻는 물(세이수)을 따로 둘 정도였다.
현대 의학의 관점: 정말 독살인가?
현대 의학적으로 볼 때, 게장과 감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건강한 사람이 바로 죽지는 않는다. 단순히 심한 소화불량이나 장염 정도를 일으킬 뿐이다.
하지만 경종은 비만이었고, 평소에도 지병이 많아 면역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그런 환자에게 찬 성질의 게장과 소화가 안 되는 감, 거기에 열을 올리는 인삼까지 투여한 것은 ‘치명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청산가리 같은 독극물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인 독살(미필적 고의)’이라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 영조는 정말 몰랐던 걸까? 아니면 의학 지식을 역이용해 ‘자연사’로 위장한 것일까?
결론: 영조의 눈물 뒤에 숨은 진심
영조는 조선 역사상 가장 오래(83세) 살았고, 가장 오래 재위한 왕이다. 하지만 그는 평생 두 가지 꼬리표에 시달렸다. 하나는 ‘무수리의 아들(천한 출신)’이라는 것, 또 하나는 ‘형을 죽인 패륜아’라는 것.
그가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그토록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죽인 것도, 어쩌면 자신의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와 “나는 완벽한 왕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경종의 마지막 수라상에 올랐던 붉은 게장. 그것은 동생의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권력을 향한 붉은 욕망이었을까?